드라마

[넷플릭스 드라마] 시즌2 결정난 "브리저튼(Bridgerton, 2020)", 넷플릭스만 할 수 있는 충격적 실험의 결과물!(feat. 숀다라임스)

주뽕이가간다 2021. 2. 16. 18:09

"과연 이 8명 중 몇 명이 살아남을까...?"    출처 숀다랜드

 

"충격적인 시청각적 자극으로 똘똘 뭉친 시대극"

 

나에게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브리저튼>을 한 마디로 평가하라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물론 '충격'이라는 의미는 콘텐츠에 있어 중의적인 의미를 가진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난 동의하지 않는) 맥락에서는 이 점이 긍정적일 수 있겠지만 여튼 앞으로 나열될 이 '충격'의 포인트에 이 드라마의 특징을 담아 보았으니 내가 받은 '충격'이 긍정적으로 다가온다면 시청을, 부정적으로 다가온다면 과감한 패스를 추천하는 바이다.

 

"젊은 친구, 신사답게 행동해..!"    출처 숀다랜드

 

"첫 번째 충격, 흑인 공작(Black Duke)이 주는 비주얼 신세계"

 

넷플릭스가 <브리저튼> 공개를 앞두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시기, 나는 예고편을 보자마자 '공개 알림' 버튼을 눌러버리고 말았다. 영국 시대극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예고편에서 나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은 것은 바로 남자 주인공으로 보이는 한 잘생기고 섹시한 흑인이었다.

 

그의 비주얼은 여러모로 '충격적'이었다. 일단 잘 생겼다. 짙은 레드 벨벳 양복을 매끈하게 차려입은 사내의 등장은 그 짧은 틈새의 예고편에서도 빛이 났다. 물론 외모에 대한 평은 늘 갠취이기 때문에 짧게만 하겠다. 여튼 개인적으로 흑인 배우들에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편임에도 이 남자 주인공인 '사이먼 바셋', 일명 헤이스팅스 공작(배우 레게 장 페이지, Regé-Jean Page)의 비주얼은 로맨스물의 남자 주인공으로는 제격이라고 느껴졌다.

 

하지만 그 감탄과 거의 동시에 찾아온 충격은 '이게 무슨 설정인가?'하는 혼란이었다. 물론 그는 잘 생겼지만 '영국 시대극에 웬 흑인? 그것도 귀족 공작?' 이 바로 이 포인트가 <브리저튼>을 보고 싶게 만드는 가장 주요한 이유였다. 남자 주인공이 흑인 공작이라는 사실 단 하나만으로도 이 시대극이 기존의 것들과 뭔가 결을 달리 할 거라는 선포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결국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는 게 가장 중요한 영상 콘텐츠에서 <브리저튼>은 남주의 피부색을 바꾸는 것으로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는 결국 시청을 시작하는 게 중요하고, 흔히 말하듯 시작은 반이니까.

 

(물론 매력적인 흑인 남주를 만들어내기 위해 원작에 없던 설정을 덧붙여 여러 캐릭터를 블랙 워싱(balck washing) 한 것이 스토리에까지 어떤 의미를 불어넣은 건 아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남주의 외모와는 달리 연기력에는..조금 의문이 들었고. 하하.)

 

"저렇게 비싸고 화려한 촌스러움이 있을 수 있을까?"    출처 숀다랜드

 

"두 번째 충격, 미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화려한 미술과 의상"

 

만약 <브리저튼>을 볼지 말지 고민중인 분들 중, 시대극에서만 즐길 수 있는 화려한 드레스들과 예쁘고 고급진 배경, 소품들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무조건 이 드라마를 보시라 권하고 싶다. 그만큼 이 드라마의 미술과 의상은 미쳤다!!

 

시즌 1의 주인공은 이 집안의 넷째이자 장녀인 다프네(Daphne)로, 그녀의 '시집 잘 가기' 프로젝트가 주 내용을 차지한다. 여주의 결혼 이야기는 영국 시대극이라면 절대 빠지지 않는 초 흔한 소재지만, 그만큼 잘 먹히는 소재이기도 하다. 왜냐? 결혼을 하려면 남자를 만나야 하고, 이 시대 때 남자를 만나려면 무조건 사교계 파티에 가야 하니 말이다. 그리고 바로 이 파티에서 청춘 남녀가 서로 제일 예쁘게 차려 입고 춤을 추면서 시선과 감정을 교환하는 가장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래서 사실 이 사교철 시즌 이야기 만으로도 드라마는 충분히 자극적일 수 있지만, <브리저튼>은 한 술 더 떠 버린다. 이 파티를 아주 시즌 내내 열어제낄 뿐 아니라, 말 그대로 눈이 돌아가는 화려한 의상과 배경으로 점철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 한 시즌만을 위해 제작한 의상이 총 7,500벌이 넘고, 여자 주인공의 의상만 104벌이라고 하니 말 다했다. 심지어 위의 이미지에서처럼 조연인 옆집 못난이 세 자매의 촌스런 드레스조차 디테일과 퀄리티가 모두 남다르다. 파티에는 샴페인 잔으로 만들어진 성이 쌓여있고, 그냥 옆을 지나가는 엑스트라조차 휘향 찬란한 옷과 장신구를 매달고 있다.

 

이 뿐인가? 등장 인물들의 태반이 귀족이기 때문에 저택을 장식한 수없이 많은 꽃, 응접실의 고급 가구와 그림, 식기, 카펫 등은 어느 것 하나 화려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리고 가끔 등장하는 여왕(역시 흑인이다)이 나타날 때면 그 모든 화려함은 분량과 관계없이 배가 된다. 제작비의 절반 이상을 미술에 쏟아부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보는 재미가 있는 <브리저튼>. 값비싼 비주얼 쇼크를 마음껏 누리고 싶다면 시청을 추천한다.

 

"우리, 아리아나 그란데 곡에 맞춰 한 번 땡겨볼까?"    출처 숀다랜드

 

"세 번째 충격, 시청자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OST"

 

<브리저튼> 첫 화를 시청하다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처음 보는 1813년 배경의 시대극을 보고 있는데, 첫 번째로 열린 댄스 파티에서 뭔가 귀에 익숙한 사운드를 들은 것이다. 연주는 분명 클래식 현악기들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멜로디와 리듬이 현대적이어서 '음? 나 이 노래 아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약간의 검색 후 내 귀가 옳았다는 것이 판명됐다.

 

드라마 전반에 대부분은 클래식한 느낌의 오리지널 배경 음악이 흐르지만, 중요한 순간이라든지 하이라이트의 모먼트가 되면 유명 팝송들을 현악으로 연주한 음악이 흘러나와 귀를 사로잡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라아나 그란데의 <Thank u, next>였고 그 외에도 마룬 파이브의 <Girls like you>라든지 빌리 아이리쉬의 <Bad guy>등 총 6곡을 아주 흥미롭게 편곡해서 담아냈다. '비타민 스트링 콰르텟'(Vitamin String Quartet)이라는 현악 4중주 그룹의 작품이라는데 원래도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크로스오버로 유명한 그룹인 것 같다.

 

OST의 변곡은 개인적으로 아주 기분 좋은 충격이라 생각한다. 사실 시대극에 흑인 귀족과 왕비라는 설정으로 이미 판타지성이 매우 짙어졌는데, 만약 그 외의 다른 것들은 꽉 막힌 시대극 요소로만 채워 넣었다면 오히려 이상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시대극을 대표하는 클래식 현악기와 대중음악의 조합은 이 분위기를 매끄럽게 이어가는 훌륭한 역할을 한 것 같다. 음악의 퀄리티 자체도 매우 높아서 이미 유튜브에서도 OST 콘텐츠의 인기가 드라마 못지않음도 이를 증명해 주고 있고 말이다.

 

"8남매니까 우리 최소 8년 이상은 고용 보장이겠지?"   출처 숀다랜드

 

"네 번째 충격, 숀다 언니가 풀어가는 8남매의 이야기라고?"

 

시즌 1을 하루만에 정주행으로 끝낸 밤 11시, 당연히 <브리저튼>을 검색해 보았다. 그리고 검색 결과 놀라웠던 두 가지 사실이 있었다. 

 

첫 번째는 원작 소설은 8권이 완결이고, 한 권 당 '브리저튼'가 남매들이 각각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사실이었다. 아무 사전 정보 없이 드라마를 보면서 '어휴, 뭔데 8남매나 있어? 산만해' 라고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는 사실이 조금 충격적이었다. 왜냐하면 아무래도 시즌1은 다프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그 외의 남매들의 이야기가 나올 때 뭔가 흐름이 깨진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다른 형제들의 매력도 잘 느끼지 못했고 말이다.(특히 첫째 앤쏘니 극혐)

 

그런데 결국 이 8명의 이야기가 앞으로 한 명씩 소개될 거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이해가 됐다. 물론 시즌2가 확정된 시점에서 다음 시즌을 무조건 보긴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나머지 형제자매들의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기 때문에 아주 기대함으로 다음 시즌을 기다리진 못할 것 같다. 

 

그리고 두 번째 놀라운 사실은 바로 이 시리즈의 제작자가 바로 그 악명 높은 숀다 라임스(Shonda Rhimes)라는 사실이었다. 이 숀다 언니가 누구냐? 미드를 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그레이 아나토미>의 작가 겸 제작자이자 그 외에도 자극적인 스토리의 시리즈물 제작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레이 아나토미>에 홀려서 시즌 15까지 욕하면서 봐 온 전력이 있기 때문에 기대 겸 걱정이 되긴 했다. 또한 '아~ 그래서 남주가 흑인이었구만...' 이라는 깨달음을 얻기도 했고.

 

물론 탄탄한 원작이 있고, 시즌1도 꽤나 성공적이었다고 판단되지만, 인기 시리즈도 얄짤없이 끊어버리기로 유명한 넷플릭스이기 때문에 과연 8개의 시즌을 모두 만들어 낼지는 알 수 없지만... 숀다 언니의 MSG라면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본다. 그리고 또 어떤 충격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갈지 조금은 걱정도 되고.

 

"줄리아 퀸, 당신이 로맨스물의 퀸이로군요"    출처 줄리아퀸닷컴 캡처

 

"다섯번째 충격, 작가가 개 멋있자나?"

 

마지막 충격은 작가로부터 받았다. 자연스레 원작 소설에 대해서도 슬쩍 검색을 해 보았는데, 필명마저도 할리퀸 로맨스물에 찰떡인 작가 줄리아 퀸(Julia Quinn-물론 본명은 '퀸'이 아니다)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놀라웠다. 1970년 생으로 현재 중년인 이 작가는 할리퀸 로맨스 작가로는 흔하지 않게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를 만큼 인정을 받은 인물이다. 물론 꾸준한 작업과 결과물로 지금의 유명세에 이르긴 했겠지만, 이 작가의 필모에서 놀라웠던 포인트는 바로 그녀 자체의 스토리였다.

 

하버드 대학교를 나와서 예일대 의과 대학원까지 진학했던 줄리아 퀸. 의과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고 공부를 하면서 남는 여가 시간에 뭘 할지를 고민하다가 바로 로맨스 소설 쓰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똑똑한 사람은 뭘 해도 잘하는 건가도 싶지만 그냥 그렇다고 보기에는 확실히 취향의 승리였던 것 같다. 심지어 의과 대학원에 진학해서도 글 쓰기를 계속하다가 끝내 두 가지를 병행하지 못할 때가 왔을 때 결국 글쓰기를 선택했다고 한다. 한국이라면 등짝을 수차례 맞고 어쩌면 부모님으로부터 절연을 당할 수도 있는 스토리였겠지만, 다행히도 결말은 해피엔딩.

 

물론 미국이기 때문에 한국인의 정서와는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그 좋은 대학과 탄탄한 진로를 포기하고 로맨스 소설을 택할 정도로 낭만과 감성이 살아있던 작가였기에 유명해지기까지 또 오랜 세월 글을 써올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결국 성공을 해서 멋진 것도 있지만 성공의 여부를 전혀 알지 못했을 때 과감한 선택을 했었다는 사실이 그녀의 스토리를 빛나게 하는 것 같다. 로맨스 소설과의 로맨스에 성공한 소설 같은 이야기. 신선한 마지막 충격이었다.

 

"너네가 빠져도 다음 시즌이 재미가 있겠냐?"   출처 숀다랜드

 

한 시즌에 1년이 소요되는 미드의 특성상, 아마도 <브리저튼> 시즌 2는 2021년 연말쯤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과연 원작의 순서대로 진행될지는 모르겠으나 순서대로라면 아마 두 번째 시리즈는 첫째 장남인 앤서니의 이야기일 터. 가장 비호감인 인물이긴 했지만... 그래도 영국 시대극의 팬으로서, 그리고 <브리저튼> 시즌 1을 시작한 사람으로서 부디 다음 시즌도 즐거운 충격들이 많길 바라며(물론 <다운튼 애비>급까지는 말고) 1년을 잘 버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