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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리뷰] "스파이더헤드"(Spiderhead, 2022), 제목이 '거미 머리'인 이유는? 스토리, 후기, 해석

주뽕이가간다 2022. 6. 28. 03:06

햄시기 일내쪄...

 

"치밀하지 못한 거미줄은 먹잇감을 놓칠 뿐"

 

기본적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기본적으로 뭔가 기대감을 갖게 한다(적어도 나에겐). 그런데 심지어 크리스 햄스워스와 마일스 텔러의 조합이라니! 그래서 기본 검색도 해 보지 않고 무조건 클릭해서 시청을 했으나... 다음부터는 별점을 조금 확인하고 영화를 보자는 마음을 먹게 만들었다.

 

전형적인 용두사미의 전개로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한 영화. 보지 말아야 할 이유로 가득한 리뷰지만, 나름 오랜만에 시간을 내어 본 영화이니 아까워서 기록은 해 보련다.

 

자부심을 갖고 영화를 만들었을 모든 분들에게는....미안합니다

 

"매력적인 소재와 배우들을 낭비한, 촘촘하지 못한 스토리"

 

눈이 시원한 오프닝의 풍경과 대비되는 고립된 교도소 겸 연구소의 모습. 그리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첫 번째 에피소드까지..! 시작은 아주 흥미진진했다. 인간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심지어 효과까지 뛰어난 것으로 보이는 약물 실험을 진행하는 잘생긴 박사 스티브(크리스 햄스워스)가 제공하는 감옥 아닌 감옥에서 형벌 아닌 형벌을 받고 있는 재소자들! 육체 캐릭터가 아니라 지능캐로 분한 햄식씨의 모습도 새로웠고, 평범해 보이지만 분명 어두운 사연을 간직했을 제프(마일스 텔러)와 다른 재소자들의 모습 덕분에 초중반까지는 흥미롭게 감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스토리가 점점 전개될수록 용두사미라는 사자성어가 떠올랐다. ‘인간의 감정을 다양하게 조종할 수 있는 (심지어 효과가 굉장히 훌륭한)약물’과 ‘범죄자를 대상으로 한 인체 실험’이라는 두 가지 조합이 더 긴장감 있고 심오한 갈등을 다룰 줄 알았는데, 점점 대체 뭘 이야기하고 싶은 건지 맥락을 전혀 잡지 못하게 하더니 결국 가장 폭발적이어야 할 결론은 좌충우돌 블랙 코미디처럼 끝나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액션 같지 않은 액션에 슬로우모션을 입히면 그저 코미디가 되어버리는 걸 깨달았다)

 

유명 작가의 단편소설이 원작이라고 하던데, 분량의 문제로 소설의 디테일을 다 담아내지 못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각색과 디렉팅의 방향 자체가 잘못된 것인지는 소설을 읽어본 사람만 알 것 같다. 어쨌든 메시지가 아닌, 자극적인 에피소드들만 남아버린 영화가 되었다. 심지어 마지막에 주인공의 나레이션으로 뭔가를 전달해보려는 시도를 했는데, 오히려 ‘정말 저 메시지를 이렇게 담아냈다고?’라는 의문과 실망만 남긴 사족에 불과했던 듯 하다.

 

실험 자체도 자극적인데 관음증적인 요소까지 더해버리셨다...

 

"캐스팅이 기가 막혀"

 

영화를 보게 하는데 캐스팅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스파이더헤드]를 통해 다시 한번 찐하게 실감했다. 여전히 잘생긴 크리스 햄스워스의 커다란 얼굴에 연기파 배우로 유명한 마일스 텔러를 같이 붙여 놓으면 어찌 영화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수가 있을까? 유명 배우들이 선택한 각본이기에 아주 엉망이 아닐 거라는 예상도 티켓파워에 영향을 주고 말이다. 하지만... 이번 캐스팅은 참 기가 막히다는 말 밖엔 할 말이 없었다. 좋은 의미가 아니라 당연히 나쁜 쪽으로.

 

범죄자들을 수용시설에 모아놓고 비윤리적이고 가학적인 생체 실험을 진행하는 쏘시오패스...로 추정되는 ‘스티브’를 연기한 크리스 햄스워스는 아마도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캐릭터 세계를 확장하고 싶었던 것 같다. 전 세계인의 뇌리 속에 꽉 박혀있는 토르와 정 반대의 악역을 맡았으니 말이다. 제작에도 이름을 올린 걸 보면 그만큼 본인이 욕심을 낸 것 같은데, 아쉽게도 영화의 완성도는 전혀 따라주질 못했다. 스토리가 길을 잃으니 그가 연기한 캐릭터 역시 개연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배우로서의 신선함 한 스푼 정도는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캐릭터 자체는 전혀 납득이 되지 않았지만, 중간중간, 그리고 마지막 비행기 씬에서의 표정 연기에는 진지한 노력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다른 주인공인 ‘제프’ 역할의 마일스 텔러. 그는 이번에 [탑건: 매버릭]에도 출연하던데, 내 기억 속에는 아직도 [위플래시]의 드러머로 선명하게 남아있다. [위플래시]를 워낙 재밌게 봤고 연기 역시 인상깊었기 때문에 자신과 캐릭터나 마스크가 전혀 다른 크리스 햄스워스와 어떤 조합을 보여줄 지 기대됐던 것도 영화 선택의 큰 이유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의 캐릭터 역시 대체 뭘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알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범죄자면서도 착한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성격과 사연을 너무 억지 부리듯 애매모호하게 만들어 버린 탓에 명배우의 연기력으로도 매력을 전혀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스파이더헤드]의 감독이 [탑건: 매버릭]의 감독이라던데, 의리 혹은 모종의 계약이 그로 하여금 연기력을 낭비하게 만든 건 아닐까 상상만 해 볼 뿐이다.

 

약 종류가 참 많던데... 영화를 살릴 약은 없었나요ㅋ

 

"그래서 제목은 왜 '거미 머리'(spider head)일까?"

 

사람의 감정을 완벽하게 조정해서 평화와 분쟁이 없는 유토피아를 만들고 싶은 미친 천재 과학자와, 주립 교도소를 피하기 위해 자신의 몸과 자유의지를 실험체로 기꺼이 내어주는 범죄자들의 이야기. 소재만 보면 머리 쥐어뜯게 만드는 윤리적 딜레마의 끝판왕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결국 영화는 그 어느것도 깊숙히 파고들지 않은 채 피상적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더 커다란 공동선을 위해 개인의 존엄과 자유가 침해되어도 괜찮을까?’, 혹은 ‘타인의 인권을 침해한 자(범죄자)의 인권은 침해되어도 마땅한가?’등의 거대 담론들을 분명 건드리는 내용임에도, 결말을 보면 첨예한 대립을 일으키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것 치고는 아주 원론적인 수준의 결론을 매우 성급하고 성의없게 내리고 만다.

 

특히 가장 불만이었던 건 대체 영화 제목이 왜 [Spiderhead]냐는 점이었는데, 영화에서는 그저 시설의 이름으로만 나올 뿐 해석할 수 있는 껀덕지를 전혀 발견하질 못해 답답했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거미 머리’인데, 제목이 대체 왜 거미 머리일까 궁금해서 정말 단순하게 거미에 대해 검색을 했다가 의외로 해석의 건덕지를 백과사전에서 발견하게 됐다!

이 영화가 내 머릿속을 심란하게 헤집어 놓은 건 인정

 

네이버 백과사전에 따르면(ㅋㅋ) 거미는 ‘머리-가슴-배’로 특징 지어지는 다른 곤충들과는 다르게 머리와 가슴이 한 부분으로 붙어있다고 한다. 그러니 거미의 '머리'는 곧 거미의 '가슴'이기도 한 것이다. 영화에서 박사는 사람의 감정(가슴)과 생각(머리)이 동일하게 작동하도록 조종하는 약물을 연구한다. 머리와 가슴이 완전히 따로 노는 인간을 거미처럼 하나로 만들어 버리려 했기에 어쩌면 제목이 '거미 머리(spider head)'가 된 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덕분에 거미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아마 이 영화를 통한 유일한 소득이 아닐까 싶다. 솔직히 아주 영 꽝인 영화라고는 할 수 없지만, 오히려 기대를 했다가 여러모로 아쉬움이 컸기 때문에 리뷰가 더 박해져 버렸다.

 

그래서 결론은,.. 사람들을 전부 스파이더맨으로 만들어 버리려고 한 토르의 실패라고나 할까? 세상에 스파이더맨은 딱 세 명 뿐인데 말이다. 하하. 마블 유니버스가 너무 멀리까지 와버렸다는...우스갯 소리로 역시 용두사미인 리뷰를 마무리를 지어 보련다.

 

이 일은 토르가 맡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햄식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