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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리뷰] "승리호"(SPACE SWEEPERS, 2020), 한국 영화계의 '나로호'에 대하여...

주뽕이가간다 2021. 2. 9. 19:20

 

"판정패로 졌지만... 잘 싸웠다"

<영화 소개: 출처 네이버>

2092년, 지구는 병들고 우주 위성궤도에 인류의 새로운 보금자리인 UTS가 만들어졌다.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하는 조종사 ‘태호’(송중기) 과거, 우주 해적단을 이끌었던 ‘장선장’(김태리) 갱단 두목이었지만 이제는 기관사가 된 ‘타이거 박’(진선규) 평생 이루고 싶은 꿈을 가진 작살잡이 로봇 ‘업동이’(유해진). 이들은 우주쓰레기를 주워 돈을 버는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다. “오지 마! 쳐다보지도 말고, 숨도 조심해서 쉬어. 엉겨 붙을 생각하지 마!” 어느 날, 사고 우주정을 수거한 ‘승리호’는 그 안에 숨어있던 대량살상 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다. 돈이 절실한 선원들은 ‘도로시’를 거액의 돈과 맞바꾸기 위한 위험한 거래를 계획하는데… “비켜라, 이 무능한 것들아. 저건 내 거다!”

 

 

"하... 아쉬운 패배였다"

 

제작비 총 240억, 송중기부터 김태리, 진선규와 유해진이라는 호화 캐스팅. 그리고 한국 최초로 시도된 우주 블록버스터 SF영화라는 점까지..! 코로나 때문에 새로운 영화에 목말라있던 내게 <승리호>는 꽤나 먹음직스러운 떡밥을 던져주었다. 그래서 예고편과 함께 풀린 넷플릭스 개봉(?) 혹은 방영(?)일 소식은 한동안 흥미가 떨어졌던 넷플릭스를 다시 주목하게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마블(MARVEL) 류의 영화 중에서도 또 애정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스러운 감성과 스토리를 과연 한국식으로 어떻게 표현했으려나 하는 기대 80, 우려 20 정도의 마음으로 2월 6일 오후 남편과 TV 앞에 앉았다. 65인치 화면에 사운드바 추가는 역시 옳은 선택이었다는 남편의 자화자찬을 또 한 번 들으며....

그렇지만 오전에 주말 출근을 했었던 남편은 상영 15분 만에 잠이 들어버렸고, 나는 의리를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시청을 잠시 중단한 후 남편이 깰 때까지 한 시간 반 동안 잠시 다른 일을 했다. 그리고 슬프게도 그 시간 동안은 2월 5일 개봉을 기다리던 만큼은 설레지 않았다.

결국 다시 잠에서 깬 남편과 남은 영화 감상을 끝냈고, 우리는 "나름 볼만 했지만 애매했다"라는 쓸쓸한 합의에 이르렀다. 개인적으로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했지만, 그 기대가 애당초 '스토리'에 대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다고 감상이 후회스럽진 않았다. 어쨌든 나름 오래간만에 맛본 신작 영화였고 나름 선방한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가 애매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번 <승리호>의 "졌잘싸" 포인트들이 무엇인지 정리해 보았다.

 

"너희들...가오갤 봤어, 안 봤어?" 출처 네이버 영화


<'졌다' 포인트 1. "아는 맛인데 그 맛이 아니여">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좌충우돌하는 우주 SF 블록버스터 영화..!' <승리호>를 설명하는 문구가 될 수도 있겠지만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설명하기에도 전혀 이질감이 없는 소개다. 그만큼 두 영화의 배경과 설정, 캐릭터 구성 등은 꽤나 비슷하다.

 

물론 <가.오.갤>을 보지 않은 이들에게는 <승리호>가 새롭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주 SF 액션'이라는 장르를 선택해서 보는 사람이라면 <가. 오. 갤>을 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적지 않을까? 물론 <가. 오. 갤>이 마블의 유니버스 안에서도 B급과 병맛을 담당하는 마이너 축에 속하긴 하지만, 솔로 무비로도 2편이나 나왔고 이미 <어벤저스> 시리즈를 통해 노출이 충분히 되었기 때문에 <가. 오. 갤>을 본 사람이라면 <승리호>와의 유사성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어딘가 빈틈이 있는 리더('스타로드'와 '태호')부터 걸크러쉬 여주인공('가모라'와 '장선장'), 휴머노이드 캐릭터('로켓'과 '업동이'), 외강내유형 몸빵 캐릭터('드랙스'와 '타이거박'), 신비로운 힘을 가진 귀요미('그루트'와 '도로시')라는 멤버 구성. 그리고 서로 전우애라고는 없었던 이기적인 캐릭터들의 급발진 평화 지키기 미션까지...! 떠올리고 싶지 않아도 으레 떠오를 수밖에 없는 이런 유사성은 자연스러운 비교로 이어지게 되고, 그 비교에서 <승리호>가 어느 포인트를 하나라도 이기기는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송중기나 김태리 등 연기자에 대한 애정도를 제외하고 말이다. 그래서 CG라든지 비주얼적인 만듦새가 전혀 어색하지 않고, 네 주인공의 연기력이나 매력이 모자라지 않음에도 감동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마 이미 아는 맛이라서 그렇다는 결론이 나온다. 심지어 다소 억지스러운 스토리와 개연성 등이 더해져 맛이 더 떨어져 버렸고 말이다.(스토리... 는 너무 할 말이 많아지니 생략하겠다)

 

"야...너네들 누가 데려왔어" 출처 네이버 영화

 

<'졌다' 포인트 2. "외국인 캐스팅 누가했냐">
여기에 개인적으로 정말 졌다고 생각되는 두 번째 포인트는 외국인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이건 정말 힘주어 비난하고 싶은데, 이제 미드나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연기하는 외국인을 한 두 번 본 게 아니다. 물론 네이티브가 아닌 이상 완벽하게 그들의 연기력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아무리 그래도 <승리호>의 제작 규모에 비해 외국인 연기자들의 퀄리티가 너무 아쉬웠다.

 

메인 캐스팅에 출연료가 너무 몰빵 되느라 제작비가 부족했던 것인지, 아니면 감독이 외국인 배우들의 연기력을 잘 파악하지 못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스토리보다 더 오글거림을 안겨주었다. 심지어 주연급 네 명과 도로시, 도로시 아빠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캐릭터가 다 외국인이었는데 그게 최선이었을까? 그리고 정말 백보 양보해서 나머지 조연들은 그렇다 쳐도 가장 메인 빌런인 캐릭터만큼은 좀 더 힘을 실어줬어야 했다고 본다. <국가부도의 날>에 프랑스 국민배우 뱅상 카셀을 캐스팅했던 나라인데 K콘텐츠에 대한 관심도가 더 높아져 가는 지금 <승리호>의 외국인 배우 캐스팅은 정말 아쉬운 포인트였다. 심지어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국 넷플릭스 개봉으로 전 세계가 <승리호>를 보게 된 이 상황은 더더욱 아쉽다. 코로나 때문에 외국인 배우 캐스팅이 쉽지 않았던 것이 유일한 이유였길 바랄 뿐이다..

 

"전선 너무 많은데 전자파 괜차나요...?" 출처 네이버 영화

 

<'잘 싸웠다' 포인트 1. 피, 땀, 눈물이 고스란히 보인 비주얼>
그래도 잘 싸웠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역시 두 가지다. 첫 번째는 CG다. 다소 공감되지 않게 <승리호>를 무조건 칭찬하는 기사(라고 쓰고 광고라 읽는)나 리뷰가 아니어도, CG와 비주얼 구현은 입을 모아 칭찬하는 분위기다. 나 역시 실제로 보는 내내 시각적으로 딱히 오글거리거나 거슬린다고 생각된 부분은 없었다. '와우~'까지는 아니어도 할리우드 콘텐츠에 중독된 내 눈에도 매우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CG 기술력부터 미술적인 부분까지, 기술력으로는 뒤처지지 않는, 뒤쳐져도 금방 따라잡고야 마는 한민족의 피, 땀, 눈물(과 아마도 야근)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감동스러웠다.

 

<'잘 싸웠다' 포인트 2. 영화계의 나로호를 쏘아 올렸다>
잘 싸웠다고 생각되는 두 번째 포인트는 시도 그 자체다. 어쨌든 영화감독부터 투자자, 제작자, 배우, 모든 스탭에 이르기까지 앞서 언급한 <가. 오. 갤>과의 비교를 염려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을 거다. 그들 모두 그 누구보다 영화를 잘 알고 사랑하는 내부자들 아닌가? 그럼에도 그런 리스크를 품고 최초의 '한국형' 우주 SF 블록버스터를 기어코 만들어 낸 의지와 용기에는 박수를 보내게 된다. 이렇게 또 한국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아주 실패작도 아니게. 이런 시도와 도전, 배움 등이 합쳐지면 앞으로도 한국은 할리우드 못지않은 영화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한국 최초의 우주 발사체인 나로호도 세 번째 시도만에 결국 성공했다. 나로호의 첫 실패에 전 국민이 아쉬워했지만 그 시도를 욕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 <승리호>가 쏘아 올린 첫 번째 발사의 아쉬움도 언젠가는 환호의 진정한 '승리'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야무지게도 모아 놓은 쓰레기" 출처 네이버 영화